따뜻하고 안전한 괴리감 가득 넣어 빵을 만듭니다.
어서 와요, 여기 앉아요 👋 | 하이디
안녕!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이 레터를 클릭한 당신을 환영해요.
이곳은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안락한 공간, ‘온돌빵’이예요. 당신의 일상적인 고민과 발견을 부동산 투자론이나 연금 계좌만큼 진지하게 다루는, 아주 안전한 공간이죠.
온돌빵은 이상향이나 삶의 모델을 제시하지 않아요. 따라서 이 레터를 읽는다고 여러분의 삶이 더 똑똑해진다거나 효율적여진다거나 경제적여질 확률은 아주… 낮습니다. (죄송.)
온돌빵은 다만, 함께 고민하기를 바라요. 우리가 공유하는 것이 시대 밖에는 없을 지라도, 당신이 직접 펜대를 잡지 못할지라도, 여기 온돌빵에서 귤 까먹으며 털어놓는 인간 x, y, z의 푸념이 당신에게 위로와 카타르시스를 주면 좋겠어요.
그럼, 첫 번째 온돌빵 모임. 시작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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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럴 때 있잖아요 🫣 | 클립
그럴 때 있잖아요,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당황하거나 자괴감이 들어 내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부끄러운 순간이요. 이 코너는 그런 순간들을 솔직하게 나누고 털어내는 지면인데요. 저는 사실 내면만 벌겋게 달아오르진 않고 얼굴이 잘 빨개지는 스타일이에요. 대학교에서 수업을 듣다가 갑자기 교수님이 말을 시키거나, 몰래 관심을 가지던 사람이 갑자기 말을 걸 때나, 회사에서 내가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 외 이유를 모를 어떤 순간들까지… 저는 얼굴과 귀가 빨개집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만 만났던 다른 회사 분을 사무실에서 직접 뵐 일이 있었는데요. 제가 만든 콘텐츠에 대해 잘 보고 있다고 칭찬하는 한 마디에 얼굴이 갑자기 벌게지는 거예요? 그닥 부끄럽거나 당황스럽지도 않았는데 말예요. 얼굴이 빨개지니까 제가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보이는 게 자존심이 상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얼굴이 더 빨개지는 악순환(💬)이 발생했죠. 불과 2-3초 사이에요. 미춰버려..
당황한 모먼트라 얼굴이 빨개지는 건지 얼굴이 빨개져서 당황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날이 추워지는 4분기에는 유독 더 그러는 걸 보면 혈류를 조절하는 체내 기관이 가을 겨울을 타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최근 디즈니 플러스에서 재밌게 봤던 <무빙>이 생각나네요. 감정이 변할 때 얼굴이 빨개지는 대신 초능력이라도 발휘되면 정말 재밌을 텐데 말예요. (물론 봉석이 자네도 큰 고민이 있겠지… 쉽게 말하는 건 아니네. 미안하네.) 아무튼 올해의 4분기는 제가 예상할 수 있는 순간에만 얼굴이 빨개져 주길 바라봅니다.
부끄러움 코너의 마무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랑스러운 모먼트’ 말하기예요.
당황함이나 수치가 몰려와도 얼굴이 빨개지는 나 자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는 않게 된 나 자신, 칭찬해!
댓글💬 | 웨: 갑자기 떠오른 건데 이런 작용은 영어로 positive feedback이래요. 뭔가 계속 증폭되는 느낌이랄까요.. 근데 우리말로는 악순환인 게 신기하네요! 생각해보면 선순환도 positive feedback이네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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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꽂혀 있어요📍 | 웨
클라이밍에 꽂혀 있습니다. 성인이 되고 나서 1년 넘게 재미있게 한 운동은 필라테스가 유일했는데, 집에서 약간 먼 이슈로 재등록을 고민하던 차, 인스타그램에서 턱걸이를 20개 하는 분을 봤거든요. 댓글을 보니 클라이밍을 한다는 것이 아니겠어요. 시작한 지는 한 달 정도 되어서 대단히 많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요.
최근에는 클라이밍 벽에 붙어있는 돌들(=홀드)의 이름을 배웠습니다. 대충 모양이 다양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무작위로 생기지는 않았더라고요! 잡기 쉽게 생긴 ‘저그’가 있는 한편, 네 손가락을 간신히 걸쳐서 몸의 하중으로 눌러 잡아야 하는 ‘크림프’가 있어요. 쥐어뜯듯이 악력으로 잡는 ‘핀치’, 둥그런 모양이라 손을 얹어놓아야 하는 ‘슬로퍼’, 구멍이 뚫린 ‘포켓’도 있습니다. 홀드 모양에 따라서 잡는 방법이 어느 정도 정해지고, 최대한 힘을 덜 쓰도록 하는 몸의 방향도 정해지고.. 그렇다고 합니다.
클라이밍이 왜 재미있나 생각해 보면, 우선 매번 갈 때마다 실력이 느는 게 체감돼요. 한 칸이라도 더 전진하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어쩌면 클라이밍은 성장 중독 인간(💬) 맞춤형 운동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도 했어요. 원래의, 당연한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 짜릿하다! 인간은 지구에서 지면에 붙어있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조금이라도 떠 있는 상태에서, 중력을 거스르며, 위로, 아래로, 옆으로 이동하는 것에 쾌감을 느끼나 봐요.
쾌감 하니 생각난 건데, 운동을 하면 엔돌핀이 분비되어서 운동하기 전보다 ‘무조건’ 기분이 더 좋아진대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이 천지인 세상에서 무조건이란 말은 편안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결국 좋다는 것을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긴 하지만. 핫. 변함없는 진리에 대한 고찰로, 생각의 나래를 풀어봅니다. 훌훌
댓글💬 | 클립: 모지 이거 난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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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해보기 🐴 | 하이디
지난 2주 동안 감사하게도 백수가 아니었어요. 아, 참고로 저는 어디엔가 존재할 것이 분명한 고객님들이 찾아주기 전까지는 하나의 백수에 불과한 프리랜서입니다. 직업 특성상 일할 때 사람을 제법 많이 대해야 하는데요. 외향인인 척 잘하는(부모님 직업 때문에 본의 아니게 습득) 내향인이라 ‘사람들 다루는 거 뭐 식은 죽 먹기지!’ 자신만만했었는데, 아우 쉽지 않더라고요.
일이란 업무 능력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것이지 나를 대여해 주는 게 아닌데, 자꾸 영혼까지 대여해주게 돼요. 돈이 뭔지... '일견 매력 넘치지만, 거리 유지에 실패하면 가스라이팅 당하기 십상인 요주의 인물' 같달까. ‘돈에 목숨 걸지 말 것’, ‘나를 가장 우선으로 보살필 것’, 이 두 가지를 지키지 못하면, 돈을 짧게는 벌지언정 길게는 부리지 못하고, 또 돈은 벌지언정 나는 잃어버리고 말 거예요. 그래요, 이 글은 나 자신에게 하는 당부. “제발 자신을 괴롭히면서 살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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𝐐.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요? 🌱
* 매주 서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려고요.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인지 남겨주세요!
웨
제가 주로 사용하는 방법은 ‘예상하는 기쁨을 미리 끌어와 추진력으로 삼기’입니다. 보통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무언가 기대감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어떤 시험을 준비한다거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결국 일을 완수해 낸다면 얻을 수 있는 성취감, 나로 인해 조금이나마 달라질 세상 등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동기부여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오면 마지막 순간을 깊게 떠올려 보며 ‘목표가 실현되면 정말 기쁠 거야. 그때 누릴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미리 가져와 추진력으로 사용하자.’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아! 물론 기쁨을 끌어와도 끌어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장기전에서는 김연아 선수의 마인드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가 참 괜찮은 추진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립
저는 닥터 스트레인지 시뮬레이션을 합니다. 새로운 선택을 했을 때의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시뮬레이션해 보는 거죠. 자신감이나 자존감이 튼튼한 편은 아니라 시뮬레이션의 대부분은 부정적 결과로 귀결되는데요. 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고려했을 때 1-2가지의 긍정적 루트를 발견하게 되면 그 감을 믿고 도전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매우 신중하거나 새로운 도전에 조심스러울 것 같이 여겨질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놀랍게도 저는 새로운 선택을 주저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대부분 안정적인 기존 안보다 불확실한 새로운 안을 선택하는 삶을 살고 있죠. 이렇게 쓰고 보니 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드네요. 시뮬레이션을 열심히 돌리는 겁 많은 자아보다 제가 실패하는 미래에도 변함없이 저를 사랑해줄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해서인가 싶기도 하네요. 인생 뭐, 별거 있습니까. 결국 나 좋은 대로 살기 마련이니… 해보고 싶은 건 무서워도 해보는 거죠! (단, 내 주변 사람들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말예요.)
하이디
일단 고백할게요. 난 웬만해선 뭘 안 하는 인간이에요. 돌다리 오천 번 두드리는 겁 많은 귀차니즘의 화신 같은 내가 새로운 일을 하기로 했다는 건, 그게 ‘해야 하는 일’이란 뜻이겠죠? 전 모든 동기를 당위에서 찾아요. 해야 하니까 하는 거죠(안 해도 되는 일이면 일단 안 하고 봄). 예전엔 이타적인 동기에서 시작된 일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이라도 날 위한 일이다 싶으면 일부러 안 하기도 했어요(풉). 수퍼히어로도 아니면서, 자의식 과잉도 병이라면 병이지. 다행히 요즘엔 좀 달라요. 남까지 위할 수 있다면 그야 좋겠지만, 나를 위한 일이라면 그 자체로도 행동에 옮길만한 좋은 이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나는… 왜 하기로 했는지 기억해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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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동기부여도 궁금해요. 아래에 남겨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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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온돌빵레터, 어땠나요?
여러분의 의견으로 더 안전하고 따뜻해질 온돌빵을 꿈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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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빵 🥯ondolbbang.letter@gmail.com지치고 고민하는 당신의 곁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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