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안전한 괴리감 가득 넣어 빵을 만듭니다.
어서 와요, 여기 앉아요 👋 | 웨
안녕! 우리는 이렇게 잊을만하면 다시 찾아옵니다.
온돌빵은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안락한 공간입니다. 다시 한 번 이 레터를 클릭하기로 한 당신을 격하게 환영해요.
올해는 10월 말, 11월 초가 단풍 절정 시기라고 하던데요. 곳곳에서 다채로운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그 자체로 괜히 따스함을 느끼는 요즘이에요. 저는 가을 하면 짙고 따스한 색들이 떠오르고, ‘짙은 따스함의 색’ 하면 온돌빵이 떠올라요.
가을과 찰떡아이스인 두 번째 온돌빵 모임,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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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하소연 해볼게 🫣 | 하이디
지난주,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들 선물을 사려고 쇼핑센터에 가는데 친구 하나가 동행하게 됐지 뭐예요. 그게 뭐 별 일이냐 싶으시겠지만, 누군가 지켜보는 상태에서 쇼핑하는게 저는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시작하자마자 아차, 했어요. 받는 아이도, 부모도 기분이 좋아지는, 실용적이고 예쁘면서도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동행하는 친구의 의견에 부합하면서도 전화로 첨언하는 엄마를 거스르지 않는, 동시에 내 마음에 드는(!!!) 선물을 찾으려고 했으니, 힘든 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평소와 다르게 논리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진땀이 흘렀던 것 같기도, 중언부언했던 것 같기도, 눈치를 많이 봤던 것 같기도.
그러니까 저는 선택을 잘 못하고 오래 망설여요. 일단 ‘모든 면에서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고 싶은 욕심이 크고요. 내 결정을 다른 이들이 어떻게 평가할까 좀 과하게 염려해요. 안 그래도 호불호가 불분명한 편인데, 그 미약한 호불호마저도 타인이 관련되는 순간 하찮아지더라고요. 마치 기호란 것이 아예 없는 사람처럼,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 예스맨이 되는 거죠. 의견 ‘주장’도 아니고, 고작 의견 ‘표현’을 어려워하다니.
그래도 그날의 나에게 장하다! 칭찬할 점이 있다면, ‘이건 내가 하는 선물이야.’ 수차례 되뇌며 결국 내 맘에 드는 걸 고르는데 성공했다는(하…) 거예요. 좀 웃기긴 한데, 다음번엔 주변 사람 의견에 반하는 결정을 일부러라도 한번 내려보려고요(💬).
댓글💬 | 웨: 타인 앞에 호불호가 흐려지는 사람으로서 아주 공감이 됩니다. 이럴 때 저에게 도움이 되는 미사여구는 ‘소신발언 하자면’ 인데요, 도입부를 편안하게 열어줍니다!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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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꽂혀 있어요📍 | 클립
저는 사실 중학생 때부터 링거에 꽂혀 있어요. 중의적인 표현이라 아름답네요🤔 꽂혀 있다고 하니 현재 진행형 같지만 그런 것은 아니고요. 지난주, 두 번째 코로나를 겪으며 몸살이 너무 심해 링거를 처방받았어요. 10여 년이 훌쩍 넘게 수액을 맞으며 매번 생각하는 게 있어요. 바로 ‘혈관 잡기’인데요. 저는 링거를 비교적 자주 맞는 편인데 늘 제 팔에서 혈관 잡기를 힘들어하시더라고요(💬).
이제는 링거 처방을 받으면 “간호사 선생님, 죄송해요. 저는 혈관을 잡기 힘든 팔이라고 하시더라고요.”라고 선전포고를 하고 시작하는 정도랄까요. 근데 사실 이 말의 근원은 인생의 대부분이 운동과 멀고 통통했던 제 존재, 자세히는 통통해서 혈관이 잘 안 보이는 것 같고 그것으로 간호사 선생님에게 괴로움을 준다는 근거 없는 수치심에 있는데요. 그런데 이번 간호사 선생님이 정말 단호하게 “죄송한 거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한 번에 혈관을 잘 찾으면 좋은데 이미 아프신 분을 신경 쓰게 해드리는 게 간호사로서 속상한 거죠. 너무 안 보이면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손등이나 발등에 놓을 수도 있으니 죄송하다고 하지 않으셔도 돼요.”라고 말해주셨어요. 근데, 그 말 한마디가 링거보다도 순간 통증 완화 효과가 100배 좋았던 것 같아요. 진짜로요.
사실 혈관을 잡기 힘든 이유는 생각보다 다양하다고 해요. 사람의 생김새처럼 정맥의 위치와 굵기가 다르고, 몸의 수분 농도, 심지어는 그날 스트레스 레벨에 따라서도 혈관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대요.
혹시 저처럼 super shy 혈관을 가진 분들 있나요? 그중 혹시 괜히 죄송한 마음을 가지는 분들이 있나요? 그럼, 우리 이제부턴 죄송한 마음은 흘려보내고 간호사 선생님을 응원하는 모드를 장착해 볼까요? 스트레스 때문에 안 그래도 부끄럼 많은 우리 혈관이들이 더 숨지 않도록요🙃
댓글💬 | 하이디: 동지발견! 저도 그래서 매번 푸르딩딩한 주사자국 남기며 손등에 링거를 맞곤 해요 (눈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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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 뭐든 하고픈 말이 있기를 🐴 | 웨
이 코너 이름의 비밀을 소개할래요. (실은 얘기 안 해도 알아차릴 수 있기를 바랐지만, 직업 특성상 친절하게 풀어 설명하기를 좋아해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하라는 초청의 말이기도 하지만, 싶은 말이 있기를 바라는 응원의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난 생일에 느낀 감정이에요.
후.. 딥한 감정을 풀어갈 때는 왜 이리 긴장이 될까나요. 저는 어느 순간 생일을 기대하기를 포기했어요. 완벽함에 대한 기준이 아주 높은 사람인데, 생일에 완벽을 기대하면 최악의 날이 되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정확히는 생일에 '격한 사랑의 표현을 받기를' 기대하는 걸 포기했어요. 대신 오히려 무언가를 주기로 결정했지요. 그걸 처음 실천한 건 작년 생일이었는데, 주는 사랑의 기쁨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서 아주 행복했어요.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좀 달랐어요. 순간순간 예상치 못한 축하와 사랑의 표현을 받았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주는 사랑에 온전히 반응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어쩌면 당연해요. 어떤 것도 기대하기를 포기한 상태라 기쁨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먼저 찾아왔으니까요. 문득 내가 기대하기를 포기함으로써 행복을 애써 지키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왔습니다. 결국에는 뭐든 인위적인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후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선 아직도 생일을 기대하는데, 여유로워 보이고 싶어 감정을 인정하지 않고 인위적인 장치를 넣었다는 것에 부끄럽네요. 또 한편으론 이렇게 고백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지니까! 결론은 순간의 자연스런 감정에 솔직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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𝐐. 중요하게 생각하는 루틴이 있다면? 그걸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
* 매주 서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하려고요. 여러분의 대답은 무엇인지 남겨주세요!
웨
2023년 꼭 지키려고 했던 목표 중 하나는 '잘 자기’예요. 어느 순간 행복이 편안한 잠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요즘은 일찍 자려고 합니다! 그렇다고 일찍 일어나지는 않고, 그저 많이 자기 위해 일찍 잡니다. 하하.
잘 자기 위해 따뜻한 캐모마일 차 마시기, 운동하고 샤워하기, 침대 환경 편안하게 만들기(안그럼 자다 쥐 나요), 저녁 과식하지 않기(소화 이슈), 종이책 읽기(ㅋㅋ) 등을 실천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일찍 자겠다는 다짐을 기억하고 시간 지키기!'가 제일 중요한 노력 같네요. 내년 목표로도 확정!
클립
지난 몇 년을 돌아볼 때 습관화되었다고 느끼는 루틴은 ‘선크림 바르기’예요. 피부가 예민한 편은 아니지만 루틴으로 매일 매일 바르다 보니 어떤 타입, 어떤 가격대의 선크림이 제게 가장 적절한지 알게 되더라고요. 화장을 자주 하는 편도 아니어서 선크림만큼은 매일 매일, 언제 어디서든 챙겨 바르려고 하고 있어요. 2023년에는 선크림에 더해 립밤 자주 바르기도 루틴화하고 있고요.
처음에는 매우 거창한 대의명분을 가지고 한 것 같은데 이제는 어떤 이유와 목표를 인지하기보다는 그냥 습관처럼 바르게 돼요. 특히 립밤은 올해 생일에 선물로 여러 개 받아서 집, 회사, 가방마다 하나씩 두고 언제 어디서든 바를 수 있도록 합니다. (물론 하루에 자주 바르는 건 아직 습관이 되지 않아서ㅋㅋㅋ 주로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만 바르고요.)
하이디
음 저는 ‘나, 성인 ADHD가 아닐까.’ 하는 사람이라, 자랑할 만큼 정착시킨 루틴이 없네요. 그치만 요즘 루틴이 있는 생활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어요. 예민하기 짝이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역치가 낮아서, 사소한 자극에도 스트레스를 받거든요. 일터에서, 인간관계에서, 대소사 앞에서 우울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흔들리지 않는 루틴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분수에 맞는 수준으로 운동루틴을 만들려고해요. 여기서 ‘분수에 맞는 수준’이란 루틴이 아주 허술하다는 걸 뜻하지요. 하루 중 언제라도 하기,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하기, 오늘 상체했으면 내일은 대충 다른 부위 운동하기. 규칙이 허술하면 루틴을 지키기가 쉬워지고, 루틴을 많이 지킨 것 같으면 내 기분이 조크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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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동기부여도 궁금해요. 아래에 남겨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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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온돌빵레터, 어땠나요?
여러분의 의견으로 더 안전하고 따뜻해질 온돌빵을 꿈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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