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고 싶지 않았어요. 초장부터 레터가 너무 우울해질까봐서. 그런데 마감이 코앞인 지금 차오르는것이 이런 생각뿐이라 어쩔 수가 없네요. 삶은 왜 이렇게 소모적일까요? 시간을 쓰고, 에너지를 소비하고, 감정을 소진하고, 이 모든 것을 연료로 삼아 벌어낸 돈을 또 다시 연료 삼는 이 생이라는 것은 …. 모든 것이 동시에 바닥나 0에 수렴하게 되면 sys.exit() 종료되는 그런 것인지?
최근에 종영한 어느 드라마의 여주는 무려 15년을 무인도에 갇혔다가 탈출해요. 물론 가상의 인물입니다만, 제가 지금 느끼는 ‘생존이 그 자체로 노고인 것만 같은’ 이 기분을, 그가 저보다 100배는 더 강렬하게 느끼지 않았겠어요?
물론 인간은 생을 찬미함으로써 이를 지속할 용기를 얻고, 이 인물 역시 그러한 인간의 본성에 따라 창조된 인물입니다마는, 역시 한낱 인간에 불과한 저는, 매일 투덜거리면서도 여전히 생으로 마음이 한껏 기울어져, 가상의 것에 기대 이렇게 용기를 얻습니다.
“6년간 저는 매일 질문했어요. ‘구조대가 오긴 할까.’ ‘태풍이 또 오면 어쩌지.’ ‘내가 뭘 잘못해서 여기 있는걸까?’
답 없는 질문으로 하루하루를 몽땅 채우다 보니까, 죽을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나뭇가지 사이로 비추는 햇살을 봤어요.
너무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한 5분, 그 질문을 깜빡 잊었어요.
어느 날은, 갈매기 친구를 사귀었어요. 너무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50분, 그 질문들을 깜빡 잊었어요.
…
그렇게 답이 없는 질문 대신 다른 걸로 그 시간을 채워 가면서 하루하루 버티니까.
생각도 못 한 때에 오더라고요. 드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