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친구를 만났어요. 대학원 재수할 때 학원 앞 스타벅스에서 봤으니까 거의 3년만이네요.
중학교 시절 특히 친하게 지낸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얘들이랑은 거의 모든 걸 같이했어요. 쉬는 시간마다 말뚝박기 하고, 별명 짓고, 공유 다이어리 쓰고, 처음으로 남자친구 사귀는 모습도 보고 (데이트 하는 것도 구경함.…), 합창대회 곡 낭랑하게 부르면서 하교도 같이하고. 학교 끝나고도 수행평가 준비한다며 운동장에 모여서 배구공 토스하고, 배드민턴치고, 레이업 슛 연습했어요. 그래, 우정을 기념하자며 반지도 맞췄어. 하! 이미지사진(연식이 드러나는 어휘… 수줍)도 찍었네.
그러다 각자 대학으로 흩어지고 한 두 놈은 유학도 갔어요. 더 이상 일상이 공유되지 않는 사이니, 연락이 뜸해지는 건 당연했고요. 그런데 어느새 조향사가 되었다네요. 세월이 15년 넘게 지났대도 내 눈엔 얼굴, 목소리, 말투 모두 고대로인데! 떡볶이 사 먹으면서 쉬는 시간에 담 넘어 문구점에 가네 마네 했던 친구가 어엿한 사회 구성원이라는 게 멋져요.
파리에서 어학연수 할 때 이 친구도 프랑스에서 향수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요, 친구 집에 가면 복닥복닥 지저분한 원룸 구석구석 향료 병이 굴러다녔어요. 솔직히 말하면 당시 제 눈엔 조향사라는 직업이 상상 속 유니콘 같아서 알게 모르게 ‘적당히 하다 그만두겠지.’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웬걸, 오늘 명함을 받고 보니 함부로 해버린 생각들이 멋쩍더라고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공유한 사이는 소중해요. 사회적 포지션이나 소득 수준이 서로를 멀어지게 하는 세상이라지만, 적어도 이 친구와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십여 년 나이 든 얼굴에 스치는 그림자로 서로의 어제와 오늘을 연민하기가 어렵지 않았어요.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인연이 있나요?